지난달 25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관련 안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공지한 바 있다.
'2016년 3월 25일(금)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9급 공무원 영어시험이 2018년부터 '토익·토플'로 대체된다는 내용은 확정된 사안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인사혁신처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르면 2018년부터 9급 공무원시험 영어를 토익·토플로 대체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팝업으로 공지가 되었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1월, 9급 공무원시험 선택과목에서 전문 과목 1과목은 반드시 택해서 치르도록 하는 안을 발표한 이후, 과목변경에 대한 이렇다 할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필수과목 변경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공무원 수험가는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국가 경제가 참 어려운 시기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국가직 7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서 공공연하게 외화유출을 전제로 하고도 모자라, 22만 명이 넘는 수험생이 응시를 하는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에까지 외화유출을 대전제로 깔고 시험과목 변경을 논의 중이라고 하니 외화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토익과 토플은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 주관하는 것인데 토익의 경우 수험생이 낸 응시료 중에서 10%가 로열티로, 토플은 응시료의 100%가 ETS에 로열티로 나가게 된다. 2016년 국가직 9급 공무원 응시생이 22만 명을 넘은 시점에 영어과목이 '토익·토플'로 대체된다면 그 로열티만 해도 실로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고 이는 국가가 솔선수범하여 외화유출에 앞장서는 셈이 될 것이다.
국가가 능력 있는 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해 시험과목을 바꾸는 것에 대해 필자가 뭐라 얘기하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렇듯 잦은 시험제도 변경이나 공공연하게 외화유출을 전제로 과목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질때면 정부가 나서서 외화유출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곤 했던 것이 떠오른다. 지금 필자가 체감하는 국가 경제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어렵다. 그런데 국가가 솔선수범하여 외화유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실로 모순이 아닐 수 없다.